국내 연구진이 반도체 공정에 널리 쓰이는 소재를 활용해 원자 4개에 1비트(bit)의 정보를 저장, 손톱 크기에 500TB(테라바이트)를 저장하는 이론상 한계치의 고집적 반도체 구현 가능성을 제시했다.
테라바이트(TB)는 기억 용량을 나타내는 정보량의 단위로 1테라바이트는 1024기가바이트(GB)에 해당하며, 대략 고화질(HD)급 영화 125편을 저장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1비트를 원자 간 간격 정도인 0.5㎚(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저장, 반도체 집적도를 현재보다 1천배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실증화·상용화가 이뤄지면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산과기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준희 교수팀은 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서 반도체에 널리 사용되는 산화하프늄(HfO₂)에 전기를 가할 때 나타나는 원자간 상호작용이 사라지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해 산소 원자 4개에 1비트를 저장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현재 실리콘 기반 반도체는 소형화·집적화 한계에 직면했다. 1비트 저장에 원자 수천개 이상이 결합한 수십~수백㎚ 크기의 ‘도메인'(domain)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메모리 소자의 단위셀 크기는 10㎚ 수준에 멈춘 상태다.
단위셀 크기를 더 줄이기 어려운 것은 반도체 공정이 수십 나노미터 이하로 내려가면 정보 저장·처리 등 반도체 물질의 능력이 약해지다가 모두 사라지는 ‘스케일 현상'(scale)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팀은 이 연구에서 현재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전압 전극물질로 사용되는 산화하프늄에 전압을 걸면 원자들을 스프링처럼 강하게 묶던 상호작용이 완전히 사라지는 새로운 물리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메모리 반도체에 적용해 집적도를 1천배 향상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원자 간 상호작용이 특정 조건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소위 ‘평평한 에너지띠'(flat energy band)라는 물리학 이론으로 예측되는 현상인데, 연구팀이 산화하프늄에 전압을 걸면 실제 이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다.
원자 사이에는 스프링처럼 연결된 탄성 작용 때문에 수천개가 같이 움직이는데, 전압을 건 산화하프늄에서는 이런 상호작용이 사라져 산소 원자 4개를 한 묶음으로 개별 제어할 수 있다.
이 교수팀은 산화하프늄 안에 있는 산소 원자 4개씩을 개별적으로 스위칭해 메모리 소재로 응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산소 원자 4개가 위쪽으로 움직이면 ‘0’, 아래쪽으로 움직이면 ‘1’이 되는 식이다. 이는 전기를 끊어도 그대로 유지돼 비휘발성 메모리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정보 저장에 원자 수천개 이상이 모인 수십㎚ 크기의 도메인이 필요하다는 기존 이론과 달리 도메인 없이 0.5㎚의 원자 4개 묶음에 정보를 저장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적용하면 원자에 직접 정보를 저장, 기존 메모리 소재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작은 반도체뿐 아니라 초집적·초절전 인공지능 반도체 구현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산화하프늄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 공정에서 이미 흔하게 사용되는 물질이어서 상업화 적용 가능성이 높고 파급력도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반도체에 적용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기업들과 후속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준희 교수는 “이 연구는 향후 초집적 반도체 분야에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는 이론을 제시한 것”이라며 “개별 원자에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은 원자를 쪼개지 않는 한 현 반도체 산업의 마지막 집적저장 기술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국가초고성능컴퓨팅 센터’ 등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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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3, 2020 at 05:0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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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크기에 500TB저장…이론한계치 고집적 반도체 가능성 열었다 -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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